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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반 교사는 ‘아이 생애의 첫 선생님’

사람들은 경험해보지 않은 분야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보육교사, 특히 영아반 교사들도 많은 오해를 받으며 보육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한 어린이집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영아반의 담임선생님이 발표되었다. 영아반은 만 0~2세 영아들로 구성된 반이다. 내 아이의 첫 사회생활, 첫 선생님을 발표하는 시간은 부모에게 무척 떨리는 시간이다. 선생님이 발표되자 학부모의 얼굴이 불안으로 어두워졌다. 출산 경험이 없는 미혼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걱정은 얼마 되지 않아 사라졌다.

그 담임선생님은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했다. 영아에 대한 특성도 잘 알고 있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대처를 잘했다. 신뢰가 중요한 학부모와의 관계도 매우 좋아서 그 반 아이들이 진급해 윗반으로 옮기는 학기 말에는 눈물을 흘리는 학부모도 있었다. 그 사랑 많은 영아반 선생님 덕에 동네 ‘맘카페’에서 어린이집 평가도 매우 후해졌다. 학부모들은 막상 겪어보니 선생님의 결혼·출산 여부는 영아들을 지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영아 전담 어린이집이 많이 생기고 있다. 영아반 교사 전문과정 연수도 생겼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영아반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 영아반 교사라고 하면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영아반 선생님은 출근해서 매일 놀겠네요? 아이들이랑 놀아주기만 하면 되니까 편하고 좋겠어요.” “영아반 선생님은 좋겠어요. 낮잠 시간도 있고. 애들 재우고 쉬면 되겠네요?” 혹은 이런다. “선생님이 좀 어려 보이는데 아기 기저귀는 갈아봤어요?” 만 3~5세 유아반 교사에 비해 편하다고 생각하거나, 단순히 아이들을 돌보는 수준의 업무만 한다고 여기기에 나오는 반응이다.

물론 놀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영아들이기 때문에 놀이가 영아반 지도의 중요한 부분인 것은 맞다. 식사, 휴식, 낮잠 같은 양육 활동도 영아반 교사의 역할 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영아는 유아보다 단순히 ‘더 어린 아이’가 아니다. 만 3~5세 연령 아동에게 하는 활동을 한 단계 수준을 낮춰서 지도하는 차원도 아니다. 영아기의 특성에 맞게, 영아만의 활동을 만들고 진행해야 한다.

 

대중의 인식보다 더 큰 전문성 요구

특히 영아기는 인간의 생애에서 발달이 가장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중요한 시기다. 월령별로 발달이 다르고 그 발달은 영아마다 개인차도 매우 심하다. 10개월 영아와 11개월 영아의 발달이 다르고, 같은 10개월 영아라고 해도 다른 발달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영아반 교사는 0개월부터 36개월까지의 발달단계를 다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발달은 언어·신체·인지·정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따라서 영아반 교사는 대중들의 인식보다 더 큰 전문성을 요구한다. 몇 년씩 공부하고 자격증을 딴다. 또한 가정과의 협력 및 부모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젖병으로 분유를 먹던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할 시기가 되었을 때, 무작정 어린이집에서 계획을 짜고 돌입할 수 있는 과업이 아니다. 부모와 함께 언제 무슨 음식부터 어떤 간격으로 이유식을 시도해볼지 작전을 짜고, 무슨 음식을 잘 먹고 무슨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는지 정보를 공유하며, 때로 전문 지식을 가르쳐주기도 하면서 차근차근 진행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무엇보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어도 공부하고 훈련하는 ‘전문가’로서 영아반 교사들이 해낼 수 있고 해내야 하는 일이다. 사회가 영아반 교사들을 진정한 전문가로 바라봐줄 때, 그들도 좀 더 분발하고 발전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